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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타임즈] 유승직 교수님/잠재력 크다는 韓해상풍력 이제 잠식당할까 걱정해야

속성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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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국내 해상 풍력 산업이 동력을 잃고 좌초될 분위기다. 인허가·수용성·계통 등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가운데, 기술·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세계 주요국들이 연이어 국내로 진출해서다. 이에 국내 기업이 안방에서 조차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8MW 해상풍력발전기 (사진=두산에너빌리티)
24일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2030년 21.6%에서 2036년 30.6%로 늘어난다. 2030년까지 40G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충하는 것이 목표다. 이 중 해상풍력이 14.3GW를 차지한다.
늘어나는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약 35%를 해상풍력이 채워야 한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의 전력 수급 방안과 장기 전망, 전력수요 관리, 전력 설비 시설 건설 등 국가전력 운용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을 담는 계획안이다.
11차 전기본이 올해 중 발표될 것으로 보이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만큼 해상풍력 규모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풍력업계는 통상 1GW 규모의 해상풍력을 설치하기 위해선 5조~7조원의 비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풍력 사업은 총 83개 단지에 27.3GW에 달한다. 단순히 계산해 보면 100조원 이상의 해상풍력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2024년 현재 국내 상업 운전 중인 해상풍력은 전북 서남권(60㎿), 영광(34.5㎿), 제주탐라(30㎿) 등 3개 단지에 124.5㎿ 수준이다. 향후 발전 목표치와 비교해 보면 현저히 적은 수치로 한국 해상풍력 산업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만 글로벌 기업들은 초기 단계인 국내 시장을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하며 한국 진출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해외 기업들이 개발 중이거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국내 해상풍력 규모는 16.56GW 이상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세계적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이어져, 국내 기업이 설 자리를 잃고 해외에 잠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과 유럽 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국내 해상풍력의 터빈, 블레이드 풍력타워, 하부 구조물 등이 대부분 외국 기업 제품이다.
특히 중국이 강세다.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해상풍력 격차는 설치량에서부터 극명하게 드러난다. 2022년 기준 국내 해상풍력발전단지의 누적 설치량은 124.5㎿(0.1245GW)로 중국(30.5GW)의 0.4%에 불과하다. 중국의 성장세는 아주 가파르다. 중국에서 2021년 새로 깔린 해상풍력발전기 규모는 총 16.9GW로 유럽 3.3GW보다 5배나 많았다.
중국 기업이 아직 국내 전체 사업 시행자로 전면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밸류체인 곳곳에 중국 기업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 호남권에서 진행 중인 해상풍력 발전 사업자는 풍력 발전기를 서로 잇는 내부 전선망은 국내 업체인 대한전선에 맡겼지만, 외부 연결 전선망은 중국 업체인 형통광전에 발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시장에 이처럼 중국 업체들의 진출이 늘어난 데는 입찰 제도 변경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행 풍력 고정가격 계약 경쟁입찰 선정 평가 기준은 가격 요인이 60점, 이 밖에 국내 산업·경제 효과 16점, 주민 수용성 8점, 계통 수용성 8점 등이 반영된다. 다시 말해 가격과 비가격 요소가 각각 6대 4의 비율을 가진다는 뜻이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는 중국 기업들에 유리한 구조였다.
문영환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이 특히 앞서나간 이유는 내수시장에서 키운 기술적 노하우가 가격 경쟁력 우위 확보로 이어져서다. 이미 전세계 풍력산업은 중국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생존하기 위해선 경제성 확보, 전력계통 연계 등이 필요한 데 이는 정부 영역이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 산업 성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국산 우대 조치로 세워진 국산화 비율 반영제도(LCR)를 폐지한 것도 중국 기업들의 진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CR은 국산 부품 사용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각종 지원이 나오는 제도다.
통상 이 제도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해상풍력 강국인 대만도 입찰에서 LCR을 적용 중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지난해 4월 통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 제도를 없앴다.
업계에서는 LCR 제도를 되살려야 한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산업이 일정 정도 궤도에 오르기 위해 LCR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국내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국가 에너지 정책이 흔들리면서 산업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정부가 흔들리지 않는, 해상풍력에 집중된 로드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